추석 고스톱 명절에 장모님께 인사드리러 아내와 막내를 데리고 시골을 갔다. 처제 식구도 시간을 맞춰 같이 얼굴을 보는 것으로 약속을 하고 내려갔다. 아직도 한낮 기온이 34~35도에 머물러 밖에 조금만 나가도 온 몸에 땀이 났다. 지금껏 수많은 추석 명절을 쇴으나 이렇게 더운 것은 처음인 것 같다. 한여름에 연속 34일 열대야를 기록한 것도 부족해 추석 당일까지 이렇게 무더운 것이 지구상에 사는 사람들이 저지른 일로 인해 뭔가 벌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탄소 배출량 줄이자는 글로벌 협약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나라들의 무례한 행태도 가증스럽지만 한국에서 최근 일어나고 있는 배달 음식용 및 커피 테이크 아웃용 플라스틱 쓰레기 발생량도 간단히 넘길 수준이 아니다. ​처남 식구들이 먼저 왔다가 당일 날 떠나고 바톤을 받아 두 딸네 고스톱 식구들이 찾아가니 혼자 사시는 장모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밀린 얘기도 하고 준비된 송편도 먹고 맛있는 저녁도 함께 했다. 저녁 후에 장모님이 좋아하시는 고스톱을 쳐 드리자는 제안이 있어 즐겁게 해드리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기에 흔쾌히 동의했다. 고스톱을 친다고 하니 장모님 표정이 더 밝아지시고 손 빠르게 게임에 필요한 100원짜리 동전들을 한가득 내놓으셨다. 규칙은 로컬 룰에 따르되 장모님이 정하는 규칙에 따르기로 했다. 조커(조커를 사용하거나 뒤집으면 양쪽에서 피 한장씩 받음)는 세 장, 광박피박, Three Go, 쪽(자기가 패를 냈는데 넘기는 패가 같은게 나오면 양쪽에서 피 한장씩 받음), 3 장 폭탄 및 흔들기(나온 점수의 2배 수령), 청단, 초단 등이 기본 규칙이었다. 약 2시간 반이 금새 지나갔다.​어떤 이는 노인들의 치매 예방에 고스톱이 도움이 된다고 고스톱 하고 어떤 이는 별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80대 후반 장모님이 게임 중 식구들과 함께 웃고 즐거워하는 모습만으로도 엔돌핀이 나오니 필경 치매 방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단체놀이든 멤버가 좋아야 불협화음이 안 생기고 즐겁다. 고스톱, 골프, 등산 등을 타인과 해 본 사람은 모두 안다.어떤 멤버가 끼어야 즐겁고 어떤 멤버가 끼면 불협화음이 생겨 개운치 않다는 것을.다음 날은 다같이 인근 온천에 들러 몸을 개운하게 하고 음식도 포장하여 와서 맛있게 먹었다. 이왕 기쁘게 해드리는 일이니 한 번 더 고스톱을 치기로 했다. 많이 웃었다. 설사하고 독박쓰고 낙장불입 외치고, 잔돈 부족해 외상(가리)도 발생하고….​고스톱이 가장 유행했던 시절은 1990년대 초이다. 직장인들은 점심 시간 중 인근 식당에서 한 판 치고 분위기를 살려 여인숙 혹은 식당 방을 고스톱 빌려 철야 플레이도 하였다. 새벽에 집에 잠깐 들어가 와이셔츠와 양말 갈아신고 바로 출근하기도 했다. 누군가 신고하여 경찰이 쳐들어오기도 했다. 철야로 고스톱 치느라 귀가를 안한 남편에 대해 원망을 하다가 같이 화투를 치고 있는 사람들까지 미워하여 신고를 해버린 어떤 집 사모님, 돈 다 털리고 택시비 얻어가는 패잔병, 수면이 부족한 탓에 근무 중 조는 사람 등등 여하간 인간미 넘치는 게임세계였다. 요즘은 고스톱 치는 사람 보기가 매우 힘들다.과거 슈퍼에서는 항상 화투를 팔았다.​고스톱 세계는 사람들이 사는 세계의 축소판이다.한 쪽이 뜨면 다른 두쪽이 힘을 합해 패가 잘 안풀리도록 견제하고 방해한다. 점수를 먼저 낸 사람은 점수를 극대화하여 많은 돈을 한 번에 받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Go를 한다-High Risk High Margin!-3 장 같은 패가 들어오면 폭탄선언을 고스톱 하고 점수가 나면 돈을 두 배 더 받는다. 욕심내다가 망조나는 세상이 비유된다.​양쪽이 점수가 곧 나려고 할 때 마지막 두 장을 가진 중간자는 판을 깨기 위해 어느 한 쪽에 점수가 되는 패와 다른 한 쪽에 점수가 되는 패를 바닥에 보여주고 쇼당(Showdown)을 친다.어느 한 쪽이 안 받는다고 하면 확실히 점수가 나는 쪽으로 자기 패를 준다. ​패가 잘 안들어 온다고 자꾸 죽는 사람을 막기 위해 연사금지 규칙도 있고, 칠 것 같이 큰 소리 치다가 슬그머니 죽는 사람에게는 NATO군 (No Action Talk Only), 실수로 패를 잘못 낸 사람이 실수했다고 다시 패를 가져가려 하면 낙장불입 등 많은 규칙이 적용되었다. 인간적으로 많이 돈을 잃은 사람이나 구경꾼에게 주는 개평도 존재한다. 돈을 많이 따도 개평을 안 고스톱 주는 사람도 있다.이기려고만 하여 멤버와 말다툼도 하는 사람도 쉽게 본다.따라서 고스톱을 같이 쳐보면 인간성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일리가 있는 말이다. 그러니 작은 세상이라고 불러도 되는 판이다.​1990년 초 고스톱 규칙에는1.동시패션(손에 든 패 2장과 바닥에 펼쳐진 패 2장이 같은 화투장이면 동시에 2장을 내리며 치면 양쪽에서 피 한장씩 받음)2.팔사리(4,7월 화투, 흑사리/빨간 사리 8장을 모두 가져오면 8점)3.돌돌이(초약 2장, 청단 2장, 홍단 2장 가져오면 6점)4.멍텅구리 3점(십자리 화투장 7장으로 3점 나면 점수 2배로 계산)1~12월 화투 패 중 십자리 8장(사진 캡처)5. 손에 같은 패 4장이 들어오면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참가자 전원에게 3점에 해당되는 돈을 받고 자신이 선이 되어 폭탄 선언하고 칠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 권리 있음​6. 광이나 쌍피 파는 것, 앞에서 3명이 모두 고스톱 친다고 Go 선언을 하였을 때 치지 못한 사람 패에 고도리, 청단 등 약이 들어 있으면 청단은 광 3장으로, 고도리는 5점이므로 광 5장으로 계산하여 광을 팜.​7.월약. 가장 큰 판으로 해당 월(3~12월 , 각 월 패가 4장을 확보하면 그 순간 바로 해당월 점수가 되면서 Go 선언 가능한 규칙이다(1~2월은 4장이 되면 무조건 3점으로 간주해 줌). 만약 해당월을 설사를 하여 다른 사람이 가져가게 되면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8.육도리 (고도리의 변형)고도리의 원장인 2월, 4월,8월 십자리에 12월 비 십자리를 넣어 고도리(다섯마리 새), 육도리가 되면 6점으로 계산9.난초 십자리를 9월 쌍피처럼 십자리로 쓸 수도 있고 피 2장으로 치는 경우도 있음 난초 십자리의 쓸모가 너무 없어서 격을 살려 주는 셈임 ​이외에도 추가적인 규칙이 있다.예를 들면 어느 한 사람이 고스톱 Go를 했는데 다른 사람이 이길 자신이 있으면 맞Go를 외칠 수 있다. 맞 Go하여 이기면 중간에서 두 번의 Go를 당한 이는 면제가 되고 면제가 된 사람의 벌금까지 첫 Go를 한 사람이 독박을 쓰는 경우 등이다.​물론 분위기에 맞게 돈을 내는 실링(Ceiling, Limit)을 정하여 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하간 이 많은 경우의 수를 모두 기억하면서 잔머리를 돌려야 하니 머리도 분주하고 Thrill도 있고 눈치도 빨라야 한다. 세상은 運七技三(운칠기삼)! 고스톱 잘 친다 해도 패 잘 맞는(재수.운 따른) 사람에게는 이길 수 없다. 첫날 승자는 장모님, 둘째날 승자는 막내아들.가끔 과거 고도리를 쳤던 시절이 그립기도 한데 장모님 덕분에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볼 수 있어 참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