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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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산 작성일2005-11-21 00:00 조회8,113회 댓글0건본문
바람이 세차게 부는 ...아니 세차다 못해 사납게 불어되는
낙동강변의 맞바람을 뚫고 일진으로 풀코스 신청자들의 출발 신호가 울린다
지난 10월30일 경주 오픈동아마라톤 대회 하프완주후 ..
연습다운 연습을 하루도 못한채 의욕만을 가지고 출발하면서 부터 걱정이 앞선다.
과연 이런 날씨 속에서 완주 할 수 있을까?
7km지점.... 5분후에 출발한 하프 출전 선수들의 선두 그룹이 나를 휙~ 지나간다
낙동강 하구언 다리를 지나 10km지점을 지나면서 점점 다리의 통증이 서서히 오기
시작하며 숨도 차기 시작한다.
오늘 괜히 무리하는거 아닌가 ?
남은 거리를 어떻게 소화 할 것인가?
하프코스 반환점에서 기냥 같이 돌아 버려?
생각이 깊어 질 수록 ..머리는 혼란스럽고..
더디어 운명의 시간 하프냐 풀이냐 결정해야 할 ...하프 반환점이다
도우미들이 가슴에 부착한 배번을 보곤 풀과 하프를 구분하여 안내를 하는데
전방 50여 미터 부터 유도하기 시작하여 어쩔수 없이 풀코스로 진입한다....떠거럴~
에고 ...갈길이 넘 멀다 고 생각하니 힘 쭉~ 빠지는 느낌이다
에라 몰것다 갈 때 까지 가보자 는 맘으로 ...뛰어도 뛰어도 풀 코스의 반환점은
보이지 않고 ...바다를 메워 조성한 녹산공단의 10차선 일직선 도로는 더욱 지치게 한다
르노삼성자동차 공장에 다달을 즈음 벌써 풀코스 일등 주자가 경찰차의 호위를 받으며
힘차게 달려오고 있다.
달리는 모습을 보니 나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 체력도 있어야지만 얼마나 노력을 많이 했을까 하는 마음에 경외심 마저 드는게
사실이였다..마음 속으로 응원을 보내면서...
마주오는 주로에서 간간히 만나는 친구들과 화이팅을 외치면서 달리기를 ...한 참~
더디어 저 멀리 반환점이 보인다
도우미들의 사물놀이패가 반환점 주자들을 위하여 열심히 두들기는 북소리에 힘을
조금 더 내어 보지만...이후 계속되는 음료를 제공하는 내 딸래미 같은 여학생들의
응원에도 ....하이파이브를 할 여유도 점점 없어진다.
25km 지점을 지날 즈음 다리가 심하게 아파와 잠시 멈추어 스트레칭도 해보고
주물러도 보고... 도우미들이 에어파스를 뿌려도...잠시 뿐..
걷다 ..뛰기를 여러차레...
여기서 많은 갈등이 나의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끝까지 완주할까?...아니야 기회는 담에도 있는데 무리하지 말자?
이른 아침에 집에서 나올때 아내가 한 말이 생각이 난다
"연습도 제되로 못했는데 무리하지 말고 하프만 하고 오세요.
그리고 얼마지 않으면 딸래미 수능인데 괜한 걱정거리 만들지 말고...."???
그래 여기서 멈추는 거야...
저멀리 천천히 119응급차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손만 들면 된다...고통은 여기서 끝나는 거야...ㅎㅎ
차안을 보니 6-7명이 타고 있다
한 아짐씨는 나와 마찬가지로 쩍~ 팔려서 그러는지 선글라스를 그대로 끼고 앉았다.ㅎ
낙오자를 태운 봉고는 쏜살같이 달려서 스타트 지점을 지나 내려준다
마라톤 입문후 이십수차례 만에 도중하차 하기는 처음이다.
차에서 내리는데 얼마나 부끄럽고 ...쩍 팔리던지...ㅎㅎ
무리하게 하다 사고가 나는것 보다 이 쯤에서 한번쯤 포기 할 줄도 알아야 한다는
주변 칭구들의 격려에 마음의 위안을 삼아 본다.
그간 일주일 동안 못마신? 도깨비물을 보상 받기라도 하듯 ...
...
신선자표 감자탕과 어우러진 쇠주... 어제 한꺼번에 좀 마셨더니 속이 조금 시리지만...
그래도 몸과 마음은 상쾌한 월요일이다.
다들 힘찬 한주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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