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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부산 강서구 송정동 녹산산단 탱크테크(주)내에 설치된 소화시험실에서 이 회사 주광일 대표(왼쪽)와 연구원이 시험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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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기자재 업체인 (주)탱크테크(대표 주광일)는 약 5억원을 투자, 2년간의 연구 끝에 물을 잘게 쪼갠 미분무수(water mist)를 생성할 수 있는 노즐(모델명 X-MIST)을 국내에선 처음으로 독자개발 하는데 성공했다.
외국에서 개발된 노즐의 경우 대부분 고압(100bar)을 이용하는데 비해 탱크테크에서 개발한 노즐은 저압(12bar)을 이용함에도 불구, 노즐 설치 높이 13.5m에서도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탁월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 이런 우수한 성능을 시장에서 인정받아 국내외 선박 200여척에 수주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미분무수는 물을 아주 작은 입자로 변환시켜 화염이 발생한 곳에 분무, 물 입자들이 증발해 주위의 열을 흡수하는 냉각 효과와 수증기로 인해 연소물 주위의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하는 설비이다.
이 설비는 물이 유류의 화재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기존의 관념을 깨뜨린 대표적인 사례다. 또한 물은 친환경적인 물질로 환경이나 인체에도 해가 없어 추후 광범위한 영역으로의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탱크테크 주 대표는 "미분무수 소화설비는 기존의 이산화탄소, 할론 등의 가스를 이용한 소화설비와 물을 이용한 소화설비의 장점을 적절히 조화시킨 신개념의 소화설비"라며 "환경제일의 기업 모토와 직결되는 설비"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녹산산단에 위치한 공장내에 대형 소화시험장(전체 부피 5200㎥)을 설치, 수백 차례에 걸쳐 실험을 했으며 현재는 국부적인 소화시설이 아닌 전역소화설비 개발을 위해 매달 1000만원의 비용을 들여 실험을 실시하고 있고 올해안에 기술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그는 1980년대 초 대우조선에서 배관 설계를 하다 독립해 1991년 경기도 하남시에 직원 3명, 자본금 5000만원으로 '한국철력(주)'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고속 압력 배출 벨브를 생산, 미포조선 등 중형 조선소에 납품했다.
이후 1994년 경남 김해시에 공장을 이전 운영하다가 2004년에 녹산산단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주요 생산품은 미분무수를 이용한 화재진압 장비 외에도 원유세정장치, 고속압력배출벨브, 휴대식 유수면 경계 검출기, 비상 예인 장치 등이 있다.
이 회사는 2002년에는 산업자원부 장관 표창장을 수상했으며 중소기업청, 산업자원부 등에서 개최되는 각종 기술평가에도 참여해 대내외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02년 12월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이노비즈(기술혁신형 기업)로 선정됐다.
2003년 12월에는 한국무역협회로부터 '3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했고 기술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우량기술기업으로 선정돼 자금확보면에서도 걱정을 덜었다.
그러나 주 대표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김해에서 공장을 운영할 때는 시험장치에서 나오는 그을음이나 폐수 등은 규제를 하지 않아 시설이 미비했는데 큰 비를 만나 폐수가 인근 못자리로 흘러들어 경찰서에 소환되는 등 애환이 많았다.
이러한 경험이 있는 터라 녹산산단으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대규모 집진설비와 폐수처리 설비를 완비하는 등 환경에 피해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그는 사원복지를 위해서 최대한 배려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지만 2년 전부터 주 5일제 근무를 실시했으며 회사 주력 상품이 출시되는 날을 휴일로 정해 매년 5일 정도의 휴일을 더 챙겨준다.
또한 매달 둘째 수요일에는 오전 근무를 마치면 직원들과 인근 스포츠센터나 해수욕장을 찾아 직원들간의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이외에도 작년부터 매년 10여명의 직원을 선발해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의 혁신공정과 제품 개선 노력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주 대표는 "초기에 자금 걱정없이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었던 것이 지금의 회사로 성장시킨 원동력이 됐다"며 "직원들에게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없이 자신있게 기술개발에 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는 생산부에 22명, 연구원 16명, 관리·영업부에 12명 등 직원이 50여명으로 늘었으며 부산본사 외에도 서울, 울산, 여천, 상하이, 싱가포르 등지에 지사도 설립했다. 2004년 매출은 130억원으로 올해는 170억원 정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정환기자 def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