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골 집에
갓 시집 온 어린 새색시가 있었습니다.
하루는 새색시가 밥을 짓다 말고
부엌에서 울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본 남편이 왜 울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제가 밥을 태웠어요."
그러자 남편은 어린 아내를 이렇게
위로했습니다.
"미안하오. 내가 오늘은 바빠서
물을 조금 밖에 길어오지 못했는데,
물이 부족해서 밥이 탔나 보오.
순전히 내 잘못이오."
새색시는 남편의 말에 감격해서
더욱 소리 내어 울었죠.
이 때 부엌 앞을 지나가던
시아버지가 며느리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시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니다. 이건 내 잘못이다.
내가 힘이 딸려 장작을 잘게 패지
못했어. 장작이 크다보니 불이 너무
강해서 밥이 탄 게야."
남편에게서 이 작은 소동을 전해들은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달려와 말했습니다.
"아이구 저런, 이젠 내가 늙어서
밥 냄새도 못 맡는구나.
밥 내려놓을 때를 알려주지 않았으니
누구를 탓하겠니. 다 내 탓이다.
그러니 너무 상심하지 말거라."
며느리의 눈에는 소리없는
감격의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습니다.
미 사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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