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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희씨가 틈날때마다 중국 현지를 누비며 익힌 중국음식법을 응용해 자신만의 요리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 김성효기자 kimsh@kookj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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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이 발표한 조리분야 최고자격증인 '조리기능장' 중식부문에 부산에서 유일하게 합격한 서정희(40·중식당 아방궁 대표)씨.
조리사는 조리기능사, 조리산업기사, 요리박사인 조리기능장의 세 등급으로 나뉜다.
"중식뿐 아니라 궁중요리 등 한식시험도 함께 치기 때문에 준비과정이 많이 까다로웠어요. 주변에서도 힘들게 일하면서 굳이 기능장을 따야겠느냐고 걱정스러운 눈길들이 많았죠."
서씨는 하루종일 밀가루와 싸우다 밤이 되면 침침한 눈을 비벼대며 조리이론 서적들과 싸웠다.
눈이 절로 감겨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자신의 인생을 걸고 선택한 '중식 요리사'의 최고봉에 오르고 싶었다고.
경남 하동 평사리가 고향인 서씨는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지지리도 가난한' 집안의 8남매 중 일곱번째로 태어났다. 시골에서 공부를 잘 해 1983년 부산기계공고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며 한때 '기름쟁이'의 꿈을 가꿨다.
하지만 친구따라 아르바이트 삼아 '철가방'을 들게 되면서 이 길이 자신이 가야할 길이라고 깨달았단다.
"거제 대우조선 등에서 교육을 받기도 했지만 중국집이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어요. 가족들의 반대가 상당히 심했죠."
고교 졸업 후 2년 만에 사상구에 있는 한 중식당 주방장 코스를 마쳤고 1987년 중식 조리사 자격증을 따냈다.
4년 동안 부산의 이름난 중식당 화교 주방장 밑에서 일을 차근차근 배웠다. 유명 호텔에서 일을 하려고 했지만 어려운 형편의 형제들이 서씨에게만 매달려 월급쟁이 조리사 길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형제들과 함께 중식당을 운영한 뒤 경제적 기반이 어느 정도 잡히자 자신만의 고급 중식당을 차리고 싶어 3년전 롯데백화점 동래점 맞은편에 '아방궁'을 열었다.
"보통 조리사들이 중식당으로 어느 정도 돈을 벌게 되면 다른 일을 하려고 해요. 음식 만드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안타까웠죠."
서씨는 자신의 성공이 운보다는 노력에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여년간 만리장성처럼 길고 험난한 준비 과정을 거쳤단다. 중식당 영업을 하지 않는 명절때면 중국을 여행하며 지역마다 다른 음식맛을 맛보고 배워온 것도 그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씨는 지역의 2500여개 중국집 요리사들이 체계적인 중식 요리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자신의 요리 노하우가 담긴 책도 발간할 계획이다.
그는 치대면 치댈수록 가늘고 더 쫄깃해지는 면발처럼 자신을 끊임없이 연마하는 사람이다.
이은정기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