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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먹는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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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005-07-04 00:00 조회10,87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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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술좀 그만드세요
“술 먹는 아내 뒤치다꺼리 하느라 내 삶을 낭비했습니다. 지난 20년을 어디서 보상받아야 합니까.” 서울 중랑구에 사는 남모(56)씨는 지난달 16일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그는 “맨정신인 아내를 본 기억이 까마득하다”고 했다. “울면서 협박도 해보고 타일러도 봤지만 다 소용 없었어요. ‘다시는 술 안 먹겠다’고 맹세해도 그때뿐이죠. 조금만 감시가 허술해지면 싱크대나 장롱 속에 숨겨두고 몰래 꺼내 먹었으니까….”

지난 한 해 동안 ‘한국 남성의 전화’에 걸려온 전체 부부문제 상담건수는 1582건〈그래픽 참조〉이다. 이 중 ‘아내의 술 문제’를 토로한 상담은 102건이었다. 전체 상담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 아내의 술 문제 때문에 전화를 건 숫자는 2000년 29건, 2003년 57건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 남성의 전화 이옥이 소장은 “술 취한 아내는 주로 전업주부인 경우가 많고, 남편들이 참다 참다 도움을 요청한 경우”라며 “간혹 만취 상태의 아내에게 맞았다고 호소하는 전화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모(여·23)씨는 “어렸을 때부터 기억 속의 엄마는 늘 취해 있었다. 차라리 엄마가 없어졌으면 하고 바란 적도 많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친구들이 ‘너희 집 한번 놀러가자’고 할 때마다 ‘우리 엄마는 바빠서 안 돼’라고 따돌려야 했어요.” 그녀는 중학교에 다니는 여동생이 얼마 전 ‘(엄마의 술 때문에) 지긋지긋하다’며 집을 나갔다고 말했다.

박모(여·36)씨는 10여 년 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암투병하던 어머니가 숨을 거둔 직후였다. 처음에는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쓰러져 잠이 들었지만, 차차 주량도 늘고 주종도 맥주에서 소주로 바뀌었다.

술 취한 박씨를 본 아버지는 “집안 망신”이라며 펄쩍 뛰었고, 결혼한 언니들은 “창피하다”며 그녀를 피했다. 결국 박씨는 “당장 나가라”는 아버지 성화에 못이겨 따로 방을 얻었다. 그녀는 “가족들에 대한 배신감을 달래려 오기로 더 마셨다”고 했다. 말리는 사람이 없으니 생활은 점점 더 망가졌고, 15년 넘게 다니던 회사도 결국 그만둬야 했다.

박씨처럼 여성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은 대개 가족들에게도 버림받는다. 알코올 전문병원인 광주광역시 다사랑병원이 2001년 3월부터 2004년 5월까지 입원 환자 35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혼 환자 중 이혼이나 별거 상태에 있는 여성 환자는 전체 여성환자의 33.3%를 차지했다. 기혼 남성 환자 중 이혼이나 별거 남성은 이보다 훨씬 적은 15.8%였다. 경기도 의왕의 다사랑병원 이무형 원장은 “여성 환자들은 억압된 환경 속에서 남성보다 더 많은 좌절을 경험하기 때문에 치료가 두 배 이상 힘들고, 재발 위험도 크다”며 “창피하다고 감출수록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 병원 박차실 상담사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면서 주부뿐 아니라 직장 여성들도 술 문제에 빠질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알딸딸한 상태에서 노래방 가고, 평소에 못 했던 얘기를 술의 힘을 빌려 하기 시작하고…. 그게 다 ‘술 연습’이고, 서서히 중독으로 빠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 상담센터는 전국에 20개. 갈수록 늘어나는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서울알코올상담센터 박애란 소장은 “국립과학연구소처럼 ‘국립알코올연구소’가 세워져 실태조사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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