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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우산악회


아버지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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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작성일2008-10-22 00:00 조회7,89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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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머니투데이에 이런 기사가 올라와 있기에 공감이 가서 퍼다가 올려 본다.
정년이 되기 전에 더 열심히 비자금 맹글어 놔야  나중에 집에서 쫒기나면 맘에 드는 할망구 하나 구해서 살지 싶다.ㅋ

 
중년이 되면서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것 중의 하나가 집안에서의 효용성이다.
꼭 필요한 사람인지, 있으나마나 한 사람인지, 없는 것이 도움이 되는 사람인지를 따져 보아야 한다.

여성들은 별 문제가 없다. 음식을 해주고, 살림을 하고, 애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때문에 크게 사고를 치지 않는 한 잘 지낼 수 있다. 문제는 중년 남성들이다. 특히 돈을 벌어다 준다는 이유로 가정을 소홀히 한 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현 위치를 냉정하게 따져 보아야 한다.  

큰 기업의 CEO 부인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CEO로 거명되는 사람이다. 은퇴 후 무엇을 하고 싶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 분은 "그 동안 고생한 부인과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는 답을 했다.

그 기사가 기억나 부인에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 부인은 정색을 하며 이렇게 답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누가 그 사람하고 세계여행을 가요. 혼자 가라고 하세요. 그렇게 재미없고 혼자 잘 난 맛에 사는 사람과 누가 여행을 같이 다니겠어요"라고 답을 하는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성공했지만 그 분의 험한 앞날이 눈앞에 그려졌다.

 
중년이 되면서 변하는 것 중 하나는 집안에서 파워의 실세가 바뀐다는 것이다. 50이 넘어서도 집안에서 파워맨으로 행세하는 남자는 거의 없다. 아직도 자신이 1인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보 아니면 그럴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 집안 식구들은 그 사람이 은퇴해서 무능해지는 날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은 그래도 돈이라도 벌어오니까 맘에 들지 않아도 참지만 `그 날만' 오면 본색을 드러낼 수도 있다.

 
권위적으로 행동했던 남자의 말로는 전인권 교수의 '남자의 탄생'이란 책의 다음 대목을 보 알 수 있다.

 
아버지는 집안에서 절대 권력을 누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허수아비일 때가 많다. 모든 독재자에게 비극이 있듯이 우리 집에서 가장 높은 신분을 차지한 아버지에게도 비극은 있었다. 그 비극은 혼자만 자신이 벌거벗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과 비슷한 비극이었다.

아버지는 우리 집이 실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머리와 입으로만 생각하고 명령했을 뿐 한 번도 가족들의 생활 속으로 들어와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의 권력은 형식적인 지위나 신분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정보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집안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흘러 들어갈 수 없었다. 그런 까닭에 아버지는 권위만 높을 뿐 실제로는 완전한 무권력자가 되었다. 아버지가 권력이 없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해졌다. 환갑과 칠순을 넘기고 경제적 역할마저 축소되자 아버지는 말 그대로 우리 집의 왕따 신세가 되었다.

이 세상에 아버지를 의도적으로 왕따 시키는 가족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것이 현재 우리 집의 엄연한 현실이다. 대신 어머니와 아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통속이 되어 어머니 공간을 더욱 풍부하게 했다. 그 같은 조짐은 이미 내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어머니와 아이들은 함께 얘기를 나누다가 아버지가 나타나면 갑자기 입을 다물고 우르르 자신들의 공간으로 사라지던 일이 그것이다. 이 광경은 아버지의 슬픈 미래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지배하지만 통치하지 않는 영국왕' 처럼 권위 있게 군림했지만 물 위를 떠도는 기름과 같았다. 그 물과 기름은 한 그릇 안에 있었지만 타인처럼 보일 때가 많았다. 그 대신 나머지 가족들은 풍부한 자유를 누렸다. 이처럼 우리 가족은 언제나 두 개의 가족으로 나뉘어 있었다. 하나는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공식적 가족이요, 다른 하나는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비공식적 모성가족이었다.

 
이 얘기는 비단 전인권씨의 집안 이야기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 그런 분들이 너무 많이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아버지는 얌전하고 내성적인 분이셨다. 거의 권력을 휘두른 적은 없었지만 돌아가시는 날까지 가족 속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늘 겉돌았다.

친구들 모임에 나가도 비슷한 증세를 호소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 "한 마디로 존재감이 없다"는 얘기를 자주 한다. 어떻게 중년남성이 가정에서 자리매김을 할 것인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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