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보다 젊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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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 작성일2008-07-04 00:00 조회8,050회 댓글0건본문
[오늘과 내일/오명철] 나이보다 젊게 살기
50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종종 “옛날 같지 않다”는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70, 80대 어른들이 들으면 역정을 내실 일이지만 몸도 마음도 이전과는 판이하다.
공자님께서 50대가 되면 하늘의 뜻을 아는 지천명(知天命)에 도달한다고 하셨지만 천명(天命)은커녕 아내와 아이들의 마음도 읽지 못하는 무기력한 가장(家長)일 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생의 절정기를 지난 허탈감과 함께 사회와 가정으로부터 격리 또는 소외됨을 안팎으로 실감하게 되는 나이다.
마음먹으면 얼마든지 젊어질 수 있어
50대는 미추(美醜), 60대는 지식의 많고 적음, 70대는 부의 유무(有無), 80대는 이승과 저승의 구분이 없어진다는 말도 있다.
“50대 들어 예쁘네 밉네를 따질 필요가 뭐 있으며, 60대 넘어 똑똑하네 못하네 하고 다툰들 그 차이가 얼마나 될 것인가. 70대 들어 돈이 좀 있다고 한들 하루 세끼 밥 먹는 것은 다 똑같으며, 80대 들어 오래 살겠다고 용을 써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어찌됐든 세월은 물 흐르듯 흘러 나이를 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가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 실제 나이보다 젊게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국내 굴지의 모 그룹 명예회장은 60세 때 몸에 이상이 생기자 걱정스러운 마음에 ‘용하다’는 사람을 찾아갔다. “얼마나 더 살 수 있겠느냐”고 묻는 그에게 점쟁이는 “83세까지는 문제가 없을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해줬다. 그는 기분이 좋아져 회사로 돌아왔고 곧 건강을 회복했다.
20여 년이 흘러 올해 점쟁이가 예언했던 나이를 맞게 됐다. 슬그머니 걱정이 되기 시작한 그는 그룹 내 한 모임에서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이제 갈 날이 얼마 안 남은 것이 아니냐”고 했다. 아무도 답을 못하는 가운데 어느 임원이 “회장님, 지난 20년 사이 한국인의 평균 수명이 10년가량 늘어났습니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65세일 때 83세까지 사신다고 했으니 앞으로 90대를 훌쩍 넘겨 오래오래 아무 문제없이 사실 수 있을 겁니다”라고 말하자 그의 얼굴이 젊은이처럼 환하게 펴졌다.
나이는 시간과 함께 먹는 달력의 나이, 건강 수준을 재는 생물학적 나이, 지위나 서열 같은 사회적 나이, 대화를 해보면 알 수 있는 정신적 나이, 지력(知力)을 재는 지성의 나이로 나뉜다고 한다. 그래서 철딱서니 없는 어른이 있고, 애늙은이 소리를 듣는 청소년도 있다. 70, 80대가 돼서도 끊임없는 지적 호기심을 갖는 어른이 있고, 30대만 접어들어도 배움 자체를 포기해 버리는 서글픈 인생도 있다. 같은 해에 태어났다고 해서 동갑은 아닌 것이다.
작가 박완서 선생은 “요즘 사람 나이를 옛날 사람과 똑같이 쳐서는 안 된다. 살아온 햇수에 0.7을 곱하는 게 제 나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즉, 80세는 56세, 70세는 49세, 60세는 42세, 50세는 35세, 40세는 28세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처럼 50대만 돼도 늙은 척을 하며 뒷방차지를 해서는 안 된다. 매사 젊은 마음과 정신으로 자신을 업그레이드하고 활동적으로 인생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실제 나이에 0.7 곱한 게 요즘 나이
우리나라 오페라의 개척자로 생시에 ‘만년 소녀’ 소리를 듣던 김자경(1917∼1999) 선생은 “연세가 얼마나 되시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선생님과 동갑”이라는 재치 있는 말로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곤 했다. 그가 작고하기 직전까지 열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이었을 것이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기업의 한 임원은 자신의 연령을 ‘부위별’로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정신 연령은 20대, 상체 연령은 30대, 하체 연령은 40대, 호적 연령은 50대이므로 가중치를 합산해 나누면 39세가 된다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여 공감을 표시했다.
나이란 결국 마음먹기에 달린 것으로, 실제 나이보다 늙게 살 수도 있고, 줄여 살 수도 있는 것이다.
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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