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를 되찾다.(조향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용 작성일2007-03-17 00:00 조회7,930회 댓글0건본문
나는 다시 걷기로 했다.
다리는 액셀이나 브레이크를 받으라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주차장에서 현관까지 몇걸음
그리고 에스컬레디트 엘리베이트
막대처럼 우두커니 서 있으라고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부터 내 다리를 되찾아 쓰기로 했다.
한 몸 이동시키는데 내 덩치 열배도 넘는 차를
씽씽거리며 낑낑거리며 몰고 다니며
어느길로 빠져갈까 어디에다 세워둘까
어느 놈이 추얼 할까 치사하게 끼워 들까
박을까 박힐까 그 따위 이제 신경 안 쓸 테다
골목길로 시장길로 맘대로 들어 섰다가
주름진 노인네 좌판에 나물 한 줌 사드리고
출출하면 포장마차 떡뽁이도 사 먹을 꺼다.
그간 저 놈 때문에 간곳보다 못 간 곳이 많았다.
휙휙 도로만 스쳐 왔을 뿐 사람의 길을 잃어 버렸다.
족쇄에서 풀려난 다리에 살갑게 바람이 감기고
딱딱한 아스팔트 속에서도 대지가 품을 벌린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걷는다.
날개와 지느르미와 다리는 한 생이 나아가기에 족하지.
나는 다시 길위의 행인이다.
---산청간디학교 교지에서 적어 온 글---
내일 산행에 찾은 다리 마이 써 무거야지.
칭구들 산뜻한 주말 되시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