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엔 낮고 평범해 눈길을 잘 끌지 못하는 산들에도 가을은 깊게 배어들었다. 순하고 낮은 능선의 가을풍경은 `질박'하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단풍도 들만큼 들고 간간히 억새도 피었건만 오지마을 뒤켠에 수수하게 솟은 봉우리들은 아무래도 산꾼의 발길을 끌기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근교의 `순둥이'같은 산들은 시시때때로 저 만의 매력을 피워올리는 훌륭한 산행로가 되기도 한다.
단풍놀이다 종주산행이다 해서 항상 붐비는 큰 산들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사람 하나 마주치기 어렵고 바싹 마른 낙엽들이 두텁게 융단을 깔아주는 근교산행에는 분명한 `틈새의 미학'이 숨어있다.이번 주에 찾은 `언양 연화산(530.5m)'코스는 특히 멀리 떠날 형편이 못되는 동호인들에게 권할만하다. 산길은 순하고 단풍의 경관과 때묻지 않은 낙엽길도 걷기 편해,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트래킹' 정도라고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다시찾는 근교산 취재팀은 이번 답사산행에서 한가지 돌출적인 변수와 맞닥뜨렸다. 다름아닌 산행 후반부에 만난 임도구간이다. 근교산산행에서 임도는 위급한 순간에 안전한 하산을 도와주는 안내자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자칫 발걸음을 단조롭고 지루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취재팀은 고심끝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후반부의 임도구간을 등산로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우선 이 코스 임도구간의 거의 대부분이 정상 능선안부 지대와 비슷한 고도를 유지하면서 길게 달린다는 점이다. 산중턱이 아닌 정상능선과 높이가 비슷해 오히려 수풀로 조망이 가리는 능선길보다 전체 산세를 조망하는데는 훨씬 유리한 입지를 갖췄다. 또 한가지 이유는 임도가 뙤약볕에 노출되는 여름과 달리 늦가을 산행에서는 별다른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때문이었다.
산행경로는 언양 두동면 은편하리회관-441m봉-연화산정상-495.2m봉-임도구간-범서면 우곡단감단지 하산으로 이어진다. 임도의 말미 갈림길에서 맞은편 무학산(342.9m)으로 올라선 뒤 범서로 하산하는 길이 열리는데 취재팀은 답사산행의 시간제약에 부딪혀 곧장 하산하는 길을 택했다.
4시간 가량 소요.산행은 언양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은편하리마을회관앞에서 차를 내리면 시작된다. 마을쪽으로 아담하고 오래된 은편교회가 보인다. 은편교회는 비록 작고 소박하지만 올해로 문을 연지 100년이 되는 유서깊은 예배당이다.
은편교회 앞길로 들어서 마을뒤편 `태양가든'앞에서 널빤지를 올려놓은 좁은 도랑을 건너면 넓직한 산길로 접어든다. 오른쪽 바로 곁으로는 한동안 철조망이 쳐져있다. 오르는 길에 전망이 트인 곳에서 뒤를 돌아보면 정면으로 치술령, 오른쪽으로 국사봉이 의젓하게 버티고 섰고 그 사이로 언양농촌마을의 전경이 정답기 그지없다.
약 40분 새소리와 앞 사람 숨소리밖에 들릴 것이 없는 오르막을 거치면 능선안부에 닿는다. 안부에서 왼쪽길을 잡는다. 아늑한 낙엽길이다. 첫번째 갈림길에서 왼쪽길로 직진하고 열발짝 채 못가 다시 나서는 갈림길에서는 왼쪽으로 크게 휘어지는 길을 잡고 가야한다. 아무런 표식이 없는 441m봉에 잠깐 올라선뒤 약 15분 정도 더 가면 이내 연화산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운문산악회 명의의 정상표지팻말이 서있다. 간벌이 말끔히 되어 있지만 조망은 가리는 편.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20여분만 더 직진해 나아가면 능선위 경치좋은 곳에 높다란 산불감시초소가 1곳 서 있다. 사다리를 잡고 올라서면 사방조망이 그지없이 시원하다. 진행방향을 기준삼아 3시방향 저 멀리로 신불산, 4시방향 가지산, 5시방향 고헌산이고 맞은편 9시방향으로 치술령과 삼태봉 조망이 후련하다.
초소에서 직진해 10여분 운치있고 또렷한 소로를 내려서면 임도. 임도에서 약 100m 길을 따라간뒤 왼쪽편 샛길을 보고 다시 산속으로 들어서면 495.2m봉으로 다시 올라선다. 40여분 만에 이 봉우리를 내려서면 다시 임도다. 단풍으로 치장한 울산과 언양일대의 산 조망을 감상하며 1시간 가량 임도를 따라오면 범서면 우곡감나무단지로 내려선다. 감나무단지로 들어서는 임도 끝지점에 출입문이 설치돼 있다.
# 교통편
먼저 명륜동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언양까지 들어간다. 15분 간격 운행. 2천3백원. 언양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두동은편'행 버스로 갈아타고 은편하리회관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오전 6시35분, 7시40분, 9시30분, 11시등 하루 11회 운행. 요금 1천원. 하산해서는 교통편이 마땅치 않다. 국도변까지 걸어나와 언양이나 울산행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범서면소재지까지 1시간 가량을 걸어나와 경부고속도로상의 정류소에서 언양행버스를 타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