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의 풍경(폄)
페이지 정보
작성자 문 작성일2007-03-02 00:00 조회7,797회 댓글0건본문
오일장이 서는 날
딱히 사야 할 무엇이 없어도 눈요기 삼아 나가본다.
한쪽 구석에서 남성들 거시기에 좋다는 ‘짜가’ 약도 팔고, 봄나물은 진작 나와서 코끝을 간지른다.
아짐씨들이 화사한 몸빼를 걸치고 나와 앙드레 김은 저리가라 할 패션쇼가 장관이다.
나는 장에 가면 꼭 강아지 놓고 파는 전에 들른다. 개고기가 아니라 개를 좋아해서(부연설명이 꼭 필요하다니깐). 겨울이 생일인 강아지들이 눈을 뜨고 배를 뜨고, 엄마 곁을 떠났다.
아쉽게도 우리 집엔 개가 두 마리나 있다.
십년지기 티베탄 발바리 ‘추’와 세살박이 깜장 차우차우 ‘마오쩌순’, 중국 마오쩌둥 아저씨가 알면 혼난다.
다행히 돌아가신지 오래되었다고. 이 둘도 감당하기 힘들어 강아지들은 만져보기만 한다.
진도개 물 먹은 흰색 강아지를 누가 샀다.
“키워서 잡술라믄 데꼬가지 마시고” 강아지 전주인이 안쓰러워 한 마디. 장미꽃 몸빼 차림의 새 주인이 달콩 웃으신다.
“우리집 아자씨한테 달렸재, 나는 주장이라고는 없이 살어라우.
” 엥? 강아지도 눈알이 휘둥그레".
<임의진/시인·목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