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술을 마시면
자꾸 가슴이 더워지는 남자
한 잔 술로도 옛 추억의 그림자가
더욱 생생하게 떠오르는 남자가 있다
그래
첫 잔은
첫사랑이 그리워 마신다고 하고
두 번째 잔은
삶의 그림자를 깔고 앉아 마시고
세 번째 잔부터는
지난날을 돌아보는 서글픔과
그러면서도 미련으로 세월을 붙잡은
자신에 대한 연민을 위로하며 마신다
하지만
술의 힘에서 얻은
연민과 안타까움의 위로도
술잔 깊은 바닥에서 깨어보면
또 다른 어둠의 모습이
온몸을 무겁게 누르며 붙잡고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