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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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미나니 작성일2006-02-13 00:00 조회7,944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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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내면(낙서).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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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내면
석향/노민환
도시엔 간판들이 벌이는 빛의 유혹으로
오늘도 건물 벽에 매달려 아우성을 친다
번뜩이는 글자들은 어쩌면 도시인들의
영혼을 포장한 누더기 옷인지도 모른다
공사중 통행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글씨는 죄송한데 길을 막고 버티고 있는
모양은 전혀 죄송하지가 않은 표정으로
행인을 위협하며 골목 어귀를 파먹었다
고개 숙여 사과하는 대신에 간판만으로
양심들을 쉽게 처리하는 편리한 시대다
유리창에 두 가지 색 동그라미 당구장과
꼬부랑 글씨 몽블랑 커피숍의 문짝에는
어서 오십시오 그리고 안녕히 가십시오
출입문에 붙은 글과의 대화가 기본이다
일본어 학원의 계단과 그 화장실 벽에는
요사스러운 낙서가 깨알처럼 쓰여있고
누구랑 어쩌고의 주요 그림도 첨부되는
짧은 논술도 앞면에 삐딱하게 적혀있다
그러나 도시인은 누구라도 그런 것들을
머리에 담아 오래 기억하지 않으려 한다
어둠에 감싸인 모든 것들이 병들어 가고
또 인간을 속이고 현혹하는 것들뿐이며
유혹하는 빛에 가려진 것들이 불쾌하고
망각 속으로 숨겨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 www.nominani.pe.kr ] 석향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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