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주신 어머니의 말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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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 작성일2006-01-19 00:00 조회7,792회 댓글0건본문
" 깨달음을 주신 엄마의 한마디! "
중학교 입학하던 제 나이 열네살.. 한창 학교생활에 적응해가며
재잘거리며 즐거워할 그때, 아버지께서 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평소 몸이 건강하시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갑작스럽게 당한 일이라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며칠 동안은 아침에 일어나면 아버지께서 아령을 들고
마 당에서 운동을 하시는 것같아 눈을 부비며 아무도 없는
마당을 내다 보고 울곤 했습니다.
그 후 우리집엔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살림만 하시던 엄마는
세 식구 당장 살 걱정 때문에 일자리를 알아보러 여기저기 다니셨고,
저는 다니던 피아노학원과 미술학원을 그만 두어야했습니다.
집안에서 피어나왔던 가족들 웃음소리도 더 이상 나지 않았지요.
엄마께서 늦게까지 일을 하시기 때문에, 꼼짝없이 맏이인 저는 어린동생의
보호자가 되어야 했습니다. 학교 준비물도 직접 챙겨주어야 했고,
도시락도 싸야 했습니다.
집안 청소나 동생 씻기는 것도 제 몫이었는데
열네살의 나이의 제겐 벅차기만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학교 준비물도 소홀해지고, 공부 의욕도 떨어져
성적은 계속 떨어지기만 했습니다. ‘혹 아이들이 나를 아버지 안계신다고
이상한 잣대로 보지는 않을까!’ 하는 맘까지 들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잘 놀던 예전의 활달한 성격도 변하고
소심해지기까지 했습니다.
2학기 중간고사 성적표를 엄마께 보여드릴 때는 정말 어디론가
숨고 싶을 정도로 성적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직장에서 돌아오실 엄마를 걱정되는 맘으로 기다렸습니다.
얼마나 야단을 맞을까, 어쩌면 매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맘을 진정시키며 무릎을 끓고 앉아 성적표를 내미
는 순간,
불호령 같은 큰 소리대신 엄마의 입에서는 작은 한숨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말씀하셨지요.
“엄마가 이다음에 네 아버지한테 갈 때 당신 없이도 혼자서 자식들 잘 키웠
노라고 큰소리 한번 치려고 했는데, 잘 안되겠다. 너희들이 엄마를 도와줄래?
이 엄마가 아버지를 만나면 당당할 수 있게 말이다!“
엄마의 마지막 말씀소리는 작게 떨렸습니다.
고개만 푹 숙이고 아무말도 못하고 앉아만 있다가 제 방으로
돌아와 낮은 책상앞에 머리를 숙이고 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그리고는 일기장을 꺼내 적었습니다.
[아버지! 앞으로는 우리 자매 열심히 공부하고 엄마 말씀도 잘 듣고, 바르게
살테니 나중에 엄마 만나시면 자식들 너무 잘 키웠다고 칭찬해주세요! 꼭이요!]
아버지께서 안계신다고 풀이 죽고 주눅 들어 방황하고, 고민했던 그 동안의
제가 부끄러웠습니다. 더욱더 열심히 공부할 생각은 안하고 겉돌기만 했으니
까요. 그 후 동생 챙기는 일도, 도시락 싸고 집안 정리하는 일도 더 이상
힘겹지가 않았습니다. 공부도 더욱 열심히 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 자매는 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여자가 들어가기엔 좀 어렵다는 공기업에 입사를 했습니다.
우리 엄마께서는 어디 나가서도 딸들이 다니는 직장 이름만 대면모두들 부러워한다며 열 아들 부럽지 않다고 자랑스러워하십니다.
지금도 그때 엄마께서 떨리는 목소리로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나중에 아주 나중에 엄마 만나시면 꼭 칭찬해 주실거죠?
아버지의 빈자리까지 훌륭히 채워주신 엄마께 자랑스럽고
대단하다고 한번 꼬옥 안아주세요!
아버지! 더욱 더 열심히 살테니 엄마와 우리들 잘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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